기본 문항 · 중학생도 풀 만한 수준
2009학년도 수능 언어 영역 홀수형
원문 지문 펼치기 · 「박씨전」
처사가 말했다. “제가 한 딸을 두었으나 십육 세가 되도록 혼처를 정하지 못하였삽기로 천하를 떠돌다가, 다행히 존문에 이르러 아드님을 보니 마음에 드는지라. 여식은 용렬하고 재주가 없으나 존문에 용납될 만하니, 외람하오나 혼인을 정함이 어떠하오이까?” 상공이 ‘처사의 도덕이 높으니 딸 또한 영민하리라.’ 생각하고 답했다. “존객은 선인이요 나는 속세 사람이라. 어찌 인간 세상 사람이 선인과 혼인을 의논하리까?” 처사가 답했다. ㉠ “상공은 아국 재상이요 나는 미천한 인물이라. 미천한 인물이 귀댁에 청혼함이 극히 불가하오나 버리시지 아니하오면 한이 없을까 하나이다.” 공이 즐겨 즉시 혼인을 허락했다. 이때, 상공이 친척들을 모아 정혼한 일을 이야기하니 부인이 의아해 하며 말했다. ㉡ “혼인은 인륜대사라. 어찌 재상가에서 의논도 없이 근본도 모르는 집안과 경솔히 혼약을 하시나이까?” 하고 의논이 분분하자 공이 말했다. “내 들으니 처사의 딸이 재덕을 겸비했다 하기에 혼약했으니 괜한 시비 마시오.” 차설, 이때 혼인날이 임박하자 혼구를 찬란하게 차려 하인들을 거느리고 금강산으로 길을 떠날새, 공은 위풍이 당당하고 시백은 풍채가 빛났다. 이런 경사에 친척과 하인 등이 웃지 않을 자 없고 조정에서도 논박이 그치지 않더라. 여러 날 만에 금강산을 찾아가니, 풍경도 좋거니와 때도 마침 삼춘이라. ㉢좌우 산천 바라보니 각색 화초 만발한데 봉접은 펄펄 날아 꽃을 보고 춤을 추고, 수양버들은 늘어졌는데 황금 같은 꾀꼬리는 환우성(喚友聲)*이 더욱 좋다. 경치를 구경하며 점점 들어가니 사람 발자취가 없는지라. 하는 수 없이 주점을 찾아가 쉬고 이튿날 다시 발행하여 산곡으로 들어가니 인적은 고요하니 볼 수 없고, ㉣층암은 층층하여 병풍을 둘러친 듯 시냇물은 잔잔하여 남청을 부르는 듯 비죽새는 슬피 울어 허황한 일을 비양하는 듯 두견성은 처량하여 사람의 심회를 돕는지라. 공이 자기가 한 일을 돌아본즉 도리어 허탄한지라. 후회막급이나 어찌할 바를 몰라 방황하다가 날이 저물어 다시 주점에서 쉬고, 다음날 산곡으로 들어가니 심산궁곡에 갈 길은 끊어지고 물을 곳은 전혀 없었다. 길 위에서 방황하다가 바위 위에 노송을 의지하고 앉아 허황함을 자탄하더니 홀연 산곡에서 노랫소리 나며 초동 수삼 인이 나오거늘 반겨 길을 물으니 초동이 답했다. “이곳은 금강산이요, 이 길은 박 처사 살던 터로 통하는 길이온데, 우리 지금 박 처사 살던 곳에서 내려오나이다.” 공이 기뻐 또 물었다. “처사는 집에 계시더냐?” 초동이 대답했다. “옛 노인이 말하기를 ‘수백 년 전에 여기에서 어떤 사람이 나무를 얽어 집을 짓고 열매를 먹으며 칭호를 박 처사라 하고 살았는데 돌연 간 곳을 모르겠다.’ 하고 말씀하는 것만 들었지, 지금 박 처사가 산단 말은 금시초문이로소이다.” 공이 이 말을 듣자 정신이 더욱 아득하여 말했다. “처사가 그곳에서 살던 때는 몇 해나 되었나뇨?” 초동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게서 산 지가 사백 년이라 하더이다.” 하며 다시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가거늘 공이 더욱 막막하여 하늘을 바라 크게 웃으며 차탄했다. “세상에 허무한 일도 많도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하는 수 없어 주점에 돌아와 머물새, 시백이 부친을 위로했다. “㉤ 옛날 한(漢) 무제도 선술을 구하다가 마침내 구하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왔으니 후회해도 소용없사온지라. 도로 돌아감만 같지 못하오이다.” 공이 웃으며 말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그저 돌아가도 남에게 웃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요 돌아가지 않은즉 허황함이 막심한지라. 내일은 곧 전안(奠雁)* 날이니 부득이 내일만 찾아보리라.” 하고 이튿날 노복을 데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여 반일토록 산중을 왕래하여 찾더라. 그날 오후에 한 사람이 갈건야복으로 죽장을 짚고 백우선으로 얼굴을 가리고 유유히 산곡에서 내려오니 반갑기도 그지없다. 일행이 고대하던 중,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반가워 눈을 씻고 다시 보니 박 처사가 분명한지라.
- 작자 미상, 「박씨전」 -
워밍업 · 웹툰 말투로 먼저
ⓐ에서 상공은 돌아가면 남에게 웃음을 사고, 돌아가지 않으면 허황함이 막심하다고 했어요. 앞으로도 뒤로도 못 가는 이 상황을 한자 성어로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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