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문항 · 중학생도 풀 만한 수준
2012년 3월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 국어
지문 · 2012년 3월 고1 학평 [38~41] 「박씨전」
호왕이 크게 기뻐하여, 용골대와 율대 형제로 대장을 삼아 정병 30만을 주어 가로되, “부디 의주로 가지 말고 동으로 돌아 들어가되, 의주길을 막아 소식을 통치 못하게 하라.” 한다. 황후 또 양장을 불러 가로되, “이번에는 동으로 들어가 장안을 바로 엄살하면 임경업도 몰라 성공을 할 것이니, 부디 우의정 이시백의 집 후원은 범치 말라. 만일 범하다가는 성공은 새로에 목숨을 보전치 못할 것이니, 부디 명심 불망하라.” 양장이 수명하고 군사를 거느려, 동으로 황해수를 건너 바로 장안을 향하였더라.
각설. 이때 박씨 피화당에서 천기를 보고 승상을 청하여 가로되, “북방 호적이 금방 들어오는가 싶으니, 급히 탑전에 아뢰어 임경업을 내직으로 불러 군사를 조발하여 막으소서.” 승상 가로되, “북방 호적이 들어오면 북으로 올 것이니, 임경업은 북방을 지키는 의주 부윤이라. 어찌하여 오는 길을 버리고 내직으로 부르리까?” 부인 가로되, “호적이 북방으로 오지 아니하고 동으로 황해수를 건너 들어올 것이니, 바삐 임경업을 패초하옵소서.”
승상이 크게 놀라 급히 들어가 부인의 말을 낱낱이 아뢴대, 상이 놀라사 만조백관이 다 경황하여 임경업을 패초하려 의논하더라. 이때 좌의정 원두표(元斗杓) 아뢰어 가로되, “북방 오랑캐는 본디 간계 많사오니 분명 그러하올 듯하오니, 박부인 말씀대로 하여 보사이다.” 한대 김자점(金自點)이 발연 변색하고 아뢰어 가로되, “제신의 말이 그르도소이다. 북적이 여러 번 경업에게 패한 바 되었사오니 기병할 수 없사옵고, 설사 기병하여 온다 하여도 북으로밖에 없사오니, 만일 임경업을 패초하였다가 호적이 의주를 쳐 항성하면 그 세를 당치 못하여 국가 흥망이 경각에 있을지니, 어찌 요망한 계집의 말을 듣고 북방을 비우고 동을 막으리이까. 이는 다 나라를 망할 말이라. 어찌 지혜 있다 하오리까.”
상이 가로되, “박부인은 신인이라 신명지감이 있어 여러 번 신기함이 있으니, 그 말대로 하고자 하노라.” 자점이 또 아뢰되, “시방 시화연풍 국태민안하오니, 이런 태평성대에 무슨 병란이 있으리. 박씨는 요망한 계집이어늘, 전하 어찌 요망한 말을 침혹하시며, 국가 대사를 아이 희롱같이 하시나니이까.” 하니 만조백관이 김자점의 말이 그른 줄 알되, 아무 말도 못하더라. 상이 그 일로 유예 미결하시고 조회를 파하시는지라.
우상이 집에 돌아와 그 연고를 부인더러 말하니 부인이 아연탄하여 가로되, “슬프다, 호적이 미구에 도성을 범하려 하되, 간인이 나라의 총명을 가리워 사직을 위태케 하니 절통치 않으리요. 이제 급히 임경업을 불러 동편에 복병하였다가 냅다 치면 파하기는 어렵지 아니할지라. 이제는 속절없이 손을 매어 놓고 완연히 도적을 받으려 하니, 이제는 국운이 불행하니 무가내하라. 대감이 이미 나라에 헌신하였사오니 불행한 일이 있을지라도 나라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여 비록 전패지경(全敗之境)을 당하여 죽더라도 신자의 도리에 국가를 위하여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 전하게 하옵소서. 만일 위급한 때를 당하여 김자점으로 병권을 맡길진대 망극한 일을 볼 것이니, 어진 사람을 가리어 맡기게 하옵소서.”
우상이 이 말을 듣고 강개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수심으로 지내더니, “죽기로써 다시 아뢰리라.” 하고 궐내에 들어가니, 이때는 병자년 동 10월이라. 우상이 미처 탑전에 미치지 못하여서 동대문 밖으로서 방포일성에 금고 함성이 천지 진동하며 호병이 동문을 깨치며 장안을 엄살하니, 장안이 불의지변(不意之變)을 만나 모두 분주하는지라. 백성들이 도적의 창검에 죽는 자가 무수하여 주검이 태산 같더라. 장안 인민이 하늘을 우러러 땅을 두드려 살기를 바라는 소리 천리 진동하는지라. 상이 망극하여 어찌 할 줄 모르시고 우상더러 가로되,
“이제 장안이 벌써 함몰되고, 구화문에 도적이 들어오는지라. 내 장차 어찌하리요?” 우상 가로되, “일이 급하였사오니 남한으로 행하사이다.” 하고 옥교를 재촉하여 서문으로 나오니라. 또한 중로에서 호적의 복병을 만나 우상이 칼을 잡고 죽기로 싸워 복병하였던 장수를 베고, 겨우 길을 얻어 뫼시고 남한에 들어가니라.
각설. 이때 박씨 일가 친척을 다 모아 피화당에 피난하는지라. 호장 용골대가 제 아우 율대로 하여금, “장안을 지키어 물색을 수습하라.” 하고 군사를 몰아 남한산성을 에워싸는지라. 용골대 장안에 웅거하여 물색을 추심하니 장안이 물 끓듯 하며, 살기를 도망하여 죽는 사람이 무수한지라. 피화당에서 피난한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도망코자 하거늘 박씨 가로되, “이제 장안 사면을 도적이 다 지키었고, 피난코자 한들 어디를 가리요. 이곳에 있으면 피할 도리 있으리니 염려 말라.” 하더라.
이때 율대 100여 기를 거느려 우상의 집을 범하여 인물을 수탐하더라. 내외 적적하여 빈집 같거늘, 차차 수탐하여 후원에 들어가 살펴보니, 온갖 기이한 수목이 좌우에 벌여 무성하였는지라. 율대 고이히 여겨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마다 용과 범이 수미를 응하며, 가지마다 뱀과 짐승이 되어 천지 풍운을 이루며, 살기 가득하여 은은한 고각 소리 들리는데 그 가운데 무수한 사람이 피난하였더라.
- 작자 미상, 「박씨전」 -
* 엄살: 갑자기 습격하여 죽임. * 탑전: 임금의 자리 앞. * 패초: 조선 시대 때 승지를 시켜 왕명으로 신하를 부름. * 무가내하: 어찌할 수가 없음.
각설. 이때 박씨 피화당에서 천기를 보고 승상을 청하여 가로되, “북방 호적이 금방 들어오는가 싶으니, 급히 탑전에 아뢰어 임경업을 내직으로 불러 군사를 조발하여 막으소서.” 승상 가로되, “북방 호적이 들어오면 북으로 올 것이니, 임경업은 북방을 지키는 의주 부윤이라. 어찌하여 오는 길을 버리고 내직으로 부르리까?” 부인 가로되, “호적이 북방으로 오지 아니하고 동으로 황해수를 건너 들어올 것이니, 바삐 임경업을 패초하옵소서.”
승상이 크게 놀라 급히 들어가 부인의 말을 낱낱이 아뢴대, 상이 놀라사 만조백관이 다 경황하여 임경업을 패초하려 의논하더라. 이때 좌의정 원두표(元斗杓) 아뢰어 가로되, “북방 오랑캐는 본디 간계 많사오니 분명 그러하올 듯하오니, 박부인 말씀대로 하여 보사이다.” 한대 김자점(金自點)이 발연 변색하고 아뢰어 가로되, “제신의 말이 그르도소이다. 북적이 여러 번 경업에게 패한 바 되었사오니 기병할 수 없사옵고, 설사 기병하여 온다 하여도 북으로밖에 없사오니, 만일 임경업을 패초하였다가 호적이 의주를 쳐 항성하면 그 세를 당치 못하여 국가 흥망이 경각에 있을지니, 어찌 요망한 계집의 말을 듣고 북방을 비우고 동을 막으리이까. 이는 다 나라를 망할 말이라. 어찌 지혜 있다 하오리까.”
상이 가로되, “박부인은 신인이라 신명지감이 있어 여러 번 신기함이 있으니, 그 말대로 하고자 하노라.” 자점이 또 아뢰되, “시방 시화연풍 국태민안하오니, 이런 태평성대에 무슨 병란이 있으리. 박씨는 요망한 계집이어늘, 전하 어찌 요망한 말을 침혹하시며, 국가 대사를 아이 희롱같이 하시나니이까.” 하니 만조백관이 김자점의 말이 그른 줄 알되, 아무 말도 못하더라. 상이 그 일로 유예 미결하시고 조회를 파하시는지라.
우상이 집에 돌아와 그 연고를 부인더러 말하니 부인이 아연탄하여 가로되, “슬프다, 호적이 미구에 도성을 범하려 하되, 간인이 나라의 총명을 가리워 사직을 위태케 하니 절통치 않으리요. 이제 급히 임경업을 불러 동편에 복병하였다가 냅다 치면 파하기는 어렵지 아니할지라. 이제는 속절없이 손을 매어 놓고 완연히 도적을 받으려 하니, 이제는 국운이 불행하니 무가내하라. 대감이 이미 나라에 헌신하였사오니 불행한 일이 있을지라도 나라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여 비록 전패지경(全敗之境)을 당하여 죽더라도 신자의 도리에 국가를 위하여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 전하게 하옵소서. 만일 위급한 때를 당하여 김자점으로 병권을 맡길진대 망극한 일을 볼 것이니, 어진 사람을 가리어 맡기게 하옵소서.”
우상이 이 말을 듣고 강개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수심으로 지내더니, “죽기로써 다시 아뢰리라.” 하고 궐내에 들어가니, 이때는 병자년 동 10월이라. 우상이 미처 탑전에 미치지 못하여서 동대문 밖으로서 방포일성에 금고 함성이 천지 진동하며 호병이 동문을 깨치며 장안을 엄살하니, 장안이 불의지변(不意之變)을 만나 모두 분주하는지라. 백성들이 도적의 창검에 죽는 자가 무수하여 주검이 태산 같더라. 장안 인민이 하늘을 우러러 땅을 두드려 살기를 바라는 소리 천리 진동하는지라. 상이 망극하여 어찌 할 줄 모르시고 우상더러 가로되,
“이제 장안이 벌써 함몰되고, 구화문에 도적이 들어오는지라. 내 장차 어찌하리요?” 우상 가로되, “일이 급하였사오니 남한으로 행하사이다.” 하고 옥교를 재촉하여 서문으로 나오니라. 또한 중로에서 호적의 복병을 만나 우상이 칼을 잡고 죽기로 싸워 복병하였던 장수를 베고, 겨우 길을 얻어 뫼시고 남한에 들어가니라.
각설. 이때 박씨 일가 친척을 다 모아 피화당에 피난하는지라. 호장 용골대가 제 아우 율대로 하여금, “장안을 지키어 물색을 수습하라.” 하고 군사를 몰아 남한산성을 에워싸는지라. 용골대 장안에 웅거하여 물색을 추심하니 장안이 물 끓듯 하며, 살기를 도망하여 죽는 사람이 무수한지라. 피화당에서 피난한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도망코자 하거늘 박씨 가로되, “이제 장안 사면을 도적이 다 지키었고, 피난코자 한들 어디를 가리요. 이곳에 있으면 피할 도리 있으리니 염려 말라.” 하더라.
이때 율대 100여 기를 거느려 우상의 집을 범하여 인물을 수탐하더라. 내외 적적하여 빈집 같거늘, 차차 수탐하여 후원에 들어가 살펴보니, 온갖 기이한 수목이 좌우에 벌여 무성하였는지라. 율대 고이히 여겨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마다 용과 범이 수미를 응하며, 가지마다 뱀과 짐승이 되어 천지 풍운을 이루며, 살기 가득하여 은은한 고각 소리 들리는데 그 가운데 무수한 사람이 피난하였더라.
- 작자 미상, 「박씨전」 -
* 엄살: 갑자기 습격하여 죽임. * 탑전: 임금의 자리 앞. * 패초: 조선 시대 때 승지를 시켜 왕명으로 신하를 부름. * 무가내하: 어찌할 수가 없음.
워밍업 · 웹툰 말투로 먼저
박씨는 청나라 군대가 올 것을 미리 알았을까요?
지문 · 2012년 3월 고1 학평 [38~41] 「박씨전」
호왕이 크게 기뻐하여, 용골대와 율대 형제로 대장을 삼아 정병 30만을 주어 가로되, “부디 의주로 가지 말고 동으로 돌아 들어가되, 의주길을 막아 소식을 통치 못하게 하라.” 한다. 황후 또 양장을 불러 가로되, “이번에는 동으로 들어가 장안을 바로 엄살하면 임경업도 몰라 성공을 할 것이니, 부디 우의정 이시백의 집 후원은 범치 말라. 만일 범하다가는 성공은 새로에 목숨을 보전치 못할 것이니, 부디 명심 불망하라.” 양장이 수명하고 군사를 거느려, 동으로 황해수를 건너 바로 장안을 향하였더라.
각설. 이때 박씨 피화당에서 천기를 보고 승상을 청하여 가로되, “북방 호적이 금방 들어오는가 싶으니, 급히 탑전에 아뢰어 임경업을 내직으로 불러 군사를 조발하여 막으소서.” 승상 가로되, “북방 호적이 들어오면 북으로 올 것이니, 임경업은 북방을 지키는 의주 부윤이라. 어찌하여 오는 길을 버리고 내직으로 부르리까?” 부인 가로되, “호적이 북방으로 오지 아니하고 동으로 황해수를 건너 들어올 것이니, 바삐 임경업을 패초하옵소서.”
승상이 크게 놀라 급히 들어가 부인의 말을 낱낱이 아뢴대, 상이 놀라사 만조백관이 다 경황하여 임경업을 패초하려 의논하더라. 이때 좌의정 원두표(元斗杓) 아뢰어 가로되, “북방 오랑캐는 본디 간계 많사오니 분명 그러하올 듯하오니, 박부인 말씀대로 하여 보사이다.” 한대 김자점(金自點)이 발연 변색하고 아뢰어 가로되, “제신의 말이 그르도소이다. 북적이 여러 번 경업에게 패한 바 되었사오니 기병할 수 없사옵고, 설사 기병하여 온다 하여도 북으로밖에 없사오니, 만일 임경업을 패초하였다가 호적이 의주를 쳐 항성하면 그 세를 당치 못하여 국가 흥망이 경각에 있을지니, 어찌 요망한 계집의 말을 듣고 북방을 비우고 동을 막으리이까. 이는 다 나라를 망할 말이라. 어찌 지혜 있다 하오리까.”
상이 가로되, “박부인은 신인이라 신명지감이 있어 여러 번 신기함이 있으니, 그 말대로 하고자 하노라.” 자점이 또 아뢰되, “시방 시화연풍 국태민안하오니, 이런 태평성대에 무슨 병란이 있으리. 박씨는 요망한 계집이어늘, 전하 어찌 요망한 말을 침혹하시며, 국가 대사를 아이 희롱같이 하시나니이까.” 하니 만조백관이 김자점의 말이 그른 줄 알되, 아무 말도 못하더라. 상이 그 일로 유예 미결하시고 조회를 파하시는지라.
우상이 집에 돌아와 그 연고를 부인더러 말하니 부인이 아연탄하여 가로되, “슬프다, 호적이 미구에 도성을 범하려 하되, 간인이 나라의 총명을 가리워 사직을 위태케 하니 절통치 않으리요. 이제 급히 임경업을 불러 동편에 복병하였다가 냅다 치면 파하기는 어렵지 아니할지라. 이제는 속절없이 손을 매어 놓고 완연히 도적을 받으려 하니, 이제는 국운이 불행하니 무가내하라. 대감이 이미 나라에 헌신하였사오니 불행한 일이 있을지라도 나라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여 비록 전패지경(全敗之境)을 당하여 죽더라도 신자의 도리에 국가를 위하여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 전하게 하옵소서. 만일 위급한 때를 당하여 김자점으로 병권을 맡길진대 망극한 일을 볼 것이니, 어진 사람을 가리어 맡기게 하옵소서.”
우상이 이 말을 듣고 강개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수심으로 지내더니, “죽기로써 다시 아뢰리라.” 하고 궐내에 들어가니, 이때는 병자년 동 10월이라. 우상이 미처 탑전에 미치지 못하여서 동대문 밖으로서 방포일성에 금고 함성이 천지 진동하며 호병이 동문을 깨치며 장안을 엄살하니, 장안이 불의지변(不意之變)을 만나 모두 분주하는지라. 백성들이 도적의 창검에 죽는 자가 무수하여 주검이 태산 같더라. 장안 인민이 하늘을 우러러 땅을 두드려 살기를 바라는 소리 천리 진동하는지라. 상이 망극하여 어찌 할 줄 모르시고 우상더러 가로되,
“이제 장안이 벌써 함몰되고, 구화문에 도적이 들어오는지라. 내 장차 어찌하리요?” 우상 가로되, “일이 급하였사오니 남한으로 행하사이다.” 하고 옥교를 재촉하여 서문으로 나오니라. 또한 중로에서 호적의 복병을 만나 우상이 칼을 잡고 죽기로 싸워 복병하였던 장수를 베고, 겨우 길을 얻어 뫼시고 남한에 들어가니라.
각설. 이때 박씨 일가 친척을 다 모아 피화당에 피난하는지라. 호장 용골대가 제 아우 율대로 하여금, “장안을 지키어 물색을 수습하라.” 하고 군사를 몰아 남한산성을 에워싸는지라. 용골대 장안에 웅거하여 물색을 추심하니 장안이 물 끓듯 하며, 살기를 도망하여 죽는 사람이 무수한지라. 피화당에서 피난한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도망코자 하거늘 박씨 가로되, “이제 장안 사면을 도적이 다 지키었고, 피난코자 한들 어디를 가리요. 이곳에 있으면 피할 도리 있으리니 염려 말라.” 하더라.
이때 율대 100여 기를 거느려 우상의 집을 범하여 인물을 수탐하더라. 내외 적적하여 빈집 같거늘, 차차 수탐하여 후원에 들어가 살펴보니, 온갖 기이한 수목이 좌우에 벌여 무성하였는지라. 율대 고이히 여겨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마다 용과 범이 수미를 응하며, 가지마다 뱀과 짐승이 되어 천지 풍운을 이루며, 살기 가득하여 은은한 고각 소리 들리는데 그 가운데 무수한 사람이 피난하였더라.
- 작자 미상, 「박씨전」 -
* 엄살: 갑자기 습격하여 죽임. * 탑전: 임금의 자리 앞. * 패초: 조선 시대 때 승지를 시켜 왕명으로 신하를 부름. * 무가내하: 어찌할 수가 없음.
각설. 이때 박씨 피화당에서 천기를 보고 승상을 청하여 가로되, “북방 호적이 금방 들어오는가 싶으니, 급히 탑전에 아뢰어 임경업을 내직으로 불러 군사를 조발하여 막으소서.” 승상 가로되, “북방 호적이 들어오면 북으로 올 것이니, 임경업은 북방을 지키는 의주 부윤이라. 어찌하여 오는 길을 버리고 내직으로 부르리까?” 부인 가로되, “호적이 북방으로 오지 아니하고 동으로 황해수를 건너 들어올 것이니, 바삐 임경업을 패초하옵소서.”
승상이 크게 놀라 급히 들어가 부인의 말을 낱낱이 아뢴대, 상이 놀라사 만조백관이 다 경황하여 임경업을 패초하려 의논하더라. 이때 좌의정 원두표(元斗杓) 아뢰어 가로되, “북방 오랑캐는 본디 간계 많사오니 분명 그러하올 듯하오니, 박부인 말씀대로 하여 보사이다.” 한대 김자점(金自點)이 발연 변색하고 아뢰어 가로되, “제신의 말이 그르도소이다. 북적이 여러 번 경업에게 패한 바 되었사오니 기병할 수 없사옵고, 설사 기병하여 온다 하여도 북으로밖에 없사오니, 만일 임경업을 패초하였다가 호적이 의주를 쳐 항성하면 그 세를 당치 못하여 국가 흥망이 경각에 있을지니, 어찌 요망한 계집의 말을 듣고 북방을 비우고 동을 막으리이까. 이는 다 나라를 망할 말이라. 어찌 지혜 있다 하오리까.”
상이 가로되, “박부인은 신인이라 신명지감이 있어 여러 번 신기함이 있으니, 그 말대로 하고자 하노라.” 자점이 또 아뢰되, “시방 시화연풍 국태민안하오니, 이런 태평성대에 무슨 병란이 있으리. 박씨는 요망한 계집이어늘, 전하 어찌 요망한 말을 침혹하시며, 국가 대사를 아이 희롱같이 하시나니이까.” 하니 만조백관이 김자점의 말이 그른 줄 알되, 아무 말도 못하더라. 상이 그 일로 유예 미결하시고 조회를 파하시는지라.
우상이 집에 돌아와 그 연고를 부인더러 말하니 부인이 아연탄하여 가로되, “슬프다, 호적이 미구에 도성을 범하려 하되, 간인이 나라의 총명을 가리워 사직을 위태케 하니 절통치 않으리요. 이제 급히 임경업을 불러 동편에 복병하였다가 냅다 치면 파하기는 어렵지 아니할지라. 이제는 속절없이 손을 매어 놓고 완연히 도적을 받으려 하니, 이제는 국운이 불행하니 무가내하라. 대감이 이미 나라에 헌신하였사오니 불행한 일이 있을지라도 나라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여 비록 전패지경(全敗之境)을 당하여 죽더라도 신자의 도리에 국가를 위하여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 전하게 하옵소서. 만일 위급한 때를 당하여 김자점으로 병권을 맡길진대 망극한 일을 볼 것이니, 어진 사람을 가리어 맡기게 하옵소서.”
우상이 이 말을 듣고 강개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수심으로 지내더니, “죽기로써 다시 아뢰리라.” 하고 궐내에 들어가니, 이때는 병자년 동 10월이라. 우상이 미처 탑전에 미치지 못하여서 동대문 밖으로서 방포일성에 금고 함성이 천지 진동하며 호병이 동문을 깨치며 장안을 엄살하니, 장안이 불의지변(不意之變)을 만나 모두 분주하는지라. 백성들이 도적의 창검에 죽는 자가 무수하여 주검이 태산 같더라. 장안 인민이 하늘을 우러러 땅을 두드려 살기를 바라는 소리 천리 진동하는지라. 상이 망극하여 어찌 할 줄 모르시고 우상더러 가로되,
“이제 장안이 벌써 함몰되고, 구화문에 도적이 들어오는지라. 내 장차 어찌하리요?” 우상 가로되, “일이 급하였사오니 남한으로 행하사이다.” 하고 옥교를 재촉하여 서문으로 나오니라. 또한 중로에서 호적의 복병을 만나 우상이 칼을 잡고 죽기로 싸워 복병하였던 장수를 베고, 겨우 길을 얻어 뫼시고 남한에 들어가니라.
각설. 이때 박씨 일가 친척을 다 모아 피화당에 피난하는지라. 호장 용골대가 제 아우 율대로 하여금, “장안을 지키어 물색을 수습하라.” 하고 군사를 몰아 남한산성을 에워싸는지라. 용골대 장안에 웅거하여 물색을 추심하니 장안이 물 끓듯 하며, 살기를 도망하여 죽는 사람이 무수한지라. 피화당에서 피난한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도망코자 하거늘 박씨 가로되, “이제 장안 사면을 도적이 다 지키었고, 피난코자 한들 어디를 가리요. 이곳에 있으면 피할 도리 있으리니 염려 말라.” 하더라.
이때 율대 100여 기를 거느려 우상의 집을 범하여 인물을 수탐하더라. 내외 적적하여 빈집 같거늘, 차차 수탐하여 후원에 들어가 살펴보니, 온갖 기이한 수목이 좌우에 벌여 무성하였는지라. 율대 고이히 여겨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마다 용과 범이 수미를 응하며, 가지마다 뱀과 짐승이 되어 천지 풍운을 이루며, 살기 가득하여 은은한 고각 소리 들리는데 그 가운데 무수한 사람이 피난하였더라.
- 작자 미상, 「박씨전」 -
* 엄살: 갑자기 습격하여 죽임. * 탑전: 임금의 자리 앞. * 패초: 조선 시대 때 승지를 시켜 왕명으로 신하를 부름. * 무가내하: 어찌할 수가 없음.
워밍업 · 웹툰 말투로 먼저
김자점의 말이 그르다는 것을 알았던 조정 신하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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